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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원일정


3인의 서예가

목차

여는글 - 글씨는 그 사람의 마음을 그려놓은 것이다

책을 펴내며 - 글씨 하나가 생명으로 탄생하는 정신의 해맑음

    1. 빼어난 글씨는 천연 그 자체다 / 창암 이삼만蒼巖 李三晩
  • 산과 물의 기운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글씨
  • 창암과 추사가 만나다
  • 마치 구름이 흘러가듯, 물이 흘러가듯
    2. 붓으로 자갈밭을 일구다 / 석전 황욱石田 黃旭
  • 심장을 파고드는 아픔 속에서 탄생한 악필
  • 글씨의 떨림으로 전달하는 무기교의 솔직함
  •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태산을 넘야 한다
    3. 일백 꽃의 향이 꿀을 이룰 제 / 강암 송성용剛菴 宋成鏞
  • 면와가 글을 쓰면 강암이 글씨를 쓰다
  • 아석재의 단출하고 소박한 밥상
  • 강암의 그림에선 바람소리가 들린다
  • 일백 꽃의 향이 모여 꿀을 이룰 제

책소개

왜 이들의 글씨를 바라볼 때 생명력이 느껴지고 감동을 받게 될까?
이 책은 3명의 서예가 창암 이삼만(蒼巖 李三晩), 석전 황욱( 石田 黃旭), 강암 송성용( 剛岩 宋成鏞)의 삶과 그들의 내밀한 서예 세계를 다루고 있다. 그들은 마주한 시대가 달랐고 헤cu나간 인생이 달랐지만, 붓 한 자루에 자신의 전 생애를 담고 험난했던 시대를 치열하게 맞서 결국 한국 서예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들이다. 시대를 달리 했던 그들에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호남 출신 그중에서도 전주 사람이었고, 중국의 것이 아닌 조선의 서예를 펼쳐낸 서예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열 개의 벼루를 밑창 내고 천자루의 붓을 몽당붓으로 만들 정도의 끊임 없는 수련과 성찰을 거듭한 끝에 자신의 글씨를 완성해 나간 고독한 예술가이고 선비라는 점이다. 그들의 삶은 처절하리 만큼 치열했고 그들의 작품 속엔 숨이 넘어갈 듯한 가난과 고통의 속내가 녹아 있고 그들의 인생 역정이 담겨 있으며 격동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시대정신이 오롯이 배어 있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에는 각자의 인생이 먹색으로 펼쳐지는 공간에 글씨 하나가 생명으로 탄생하는 감동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서여기인(書如其), 글씨가 곧 그 사람이다.
“무릇 글씨를 씀에 있어서는 첫째는 모름지기 인품이 높아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모름지기 옛날의 법도를 스승 삼아야 하되, 다만 옴 힘을 다 바쳐 공부를 하지 아니하면 신령한 경지에 통할 수가 없다.”
창암 이삼만의 서결 한 구절이다. 이 말은 인간이 성숙해질 때 글씨도 무르익는다는, 뜻이다. 제아무리 잘 쓴 글씨라 하더라도 그 사람의 인격이 문제라면 서예기인이라 말할 수 없으며 글씨 자체를 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서예는 붓으로 자신의 마음 상태를 드러내는 것이고 글씨를 통해 드러나는 마음은 사람됨의 바탕과 수양에 따라 큰 차이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3인의 서예가들은 그런 면에서 서여기인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창암 이삼만은 추사 김정희, 눌인 조광진과 함께 조선 후기 3대명필로 불릴 만큼 이름난 명필가지만 그의 삶은 가난으로 얼룩진 것이었다. 한 끼 식사 해결조차 버거웠던 그는 약초와 돌, 나뭇가지, 대나무, 칡뿌리, 새 깃털 등 손에 잡히는 것을 붓 삼아 전주천의 모래밭과 너럭바위 위, 방바닥, 담벼락에 그의 글씨를 썼다. 참암은 누구의 가르침도 받지 않은 채 서예 전통과는 거리가 먼 혁신적인 방법으로 조선식 필기구를 개발하면서 조선의 독창적인 서법을 창안하였다. 역대 서법을 치밀하게 연구한 뒤 독자적인 수련을 통해 새롭게 탄생시킨 그의 서체를 행운유수체라 한다.
한편 석전 황욱은 심장을 파고드는 아픔 속에서 탄생한 악필에서 보여주듯 드라마 같은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짙게 배어 있는 독창적인 작품을 세상에 남겼다. 그는 63세(1973년)에 오른손 수전증으로 인해 붓을 잡기 어려워지자 손바닥으로 붓을 잡고 엄지로 붓 꼭지로 운필하는 악필법을 개발한다. 또 그는 86세에 오른손을 전혀 쓸 수가 없게 되자 2년 간 마음속으로 쓰고 지운 글씨를 다시 왼손 악필을 통해 써 내려갔다. 그의 나이 88세 때의 일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왼손 작품에는 아픈 마음이 가득 담겨 있어, 마치 우리의 인생을 이야기하듯 삐뚤삐뚤한 그의 글씨에는 서로의 못난 인생을 위로하는 것 같다. 한국 서예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글씨의 탄생에는 그만큼 숱한 역정을 살아 온 한 인간의 고통과 수련이 녹아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강암 송성용은 국내 최초의 전문 서예전시관을 연 선비화가로서 유재 송기면의 셋째 아들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일가를 이루었던 아버지 유재의 뛰어난 문장과 서법을 배웠으며 장인인 고재 이병은에게서도 학문과 글씨를 배운다. 44세의 나이에 뒤늦게 서단에 등단한 그는 호남 일대를 대표하는 석정 이정직의 맥과 간재 전우의 맥을 이어받은 유재의 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계승자로서 전북 서단의 위용을 전국에 떨친 거장이 되었다. 그가 그린, 바람을 맞고 있는 대나무는 일제의 모진 바람을 평생 감내하며 선비의 삶을 이어간 간재 전우와 유재 송기면의 삶을 형상화한 것이고 동시에 비바람을 뚫고 지나가는 시대의 아픔과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 할 것이다.

이 책에 대하여

서예가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작품들이 담겨져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앞에서 소개한 3인 외 수많은 서예가들의 에피소드를 재미 있게 엿볼 수 있다는 것과 명작들을 친근한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추사 김정희와 창암 이삼만의 만남, 창암 이삼만이 중국에까지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된 사연, 창암 이상만과 그의 30년 지기 심녀와의 애틋한 사연, 석전 황욱의 드라마 같은 인생사, 해방 전후 석전 황욱 집안의 비극과 애절한 부성애, 강암 송성용과 면와 이도형의 40년 우정, 강암의 상투가 잘린 이야기, 아석재에 얽힌 숱한 미담 등등......거기에 시대를 풍미했던 수많은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창암의 작품으로는 암각화 건곤일월을 필두로 추사와 함께 쓴 김양성 묘비, 축해이산 번도파악 등이 있으며 석전의 작품으로는 필락경풍우 시성읍귀신, 금서사십년, 매화입적향, 무 등과 일지문 현판 글씨 등이 있다. 끝으로 강암의 작품으로는 창암의 묘비, 풍죽도, 정관, 천자문 등과 대흥사 일지암 현판 글씨 등이 있다. 그밖에 추사 김정희, 석정 이정직, 유재 송기면 등의 글씨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