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 열다섯 번째] 遺子黃金滿籯 不如一經
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8-08-27 18:58:39 | 조회수 | 4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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遺子黃金滿籯 不如一經
자식에게 황금이 가득한 상자를 남기기보다
한 권의 경서를 가르치는 것이 훨씬 낫다.
-『한서(漢書)』-
네 명의 아들을 잘 가르쳐 모두 덕망이 높고 명성이 자자하자, 아버지 위현(韋賢, BC148~BC67)에게 자식 교육의 비결을 물으니, “자식에게 황금이 가득한 상자를 물려주기보다는 경서(經書) 한 권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훨씬 낫다〔遺子黃金滿籯 不如一經〕.”고 하였다. 이는 훗날 자식 교육은 “성인의 책 한 권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의 일경지훈(一經之訓)”이란 말로 크게 유행하였다.
위현(韋賢)은 서한(西漢) 시대 사람이다. 맹자가 태어난 추현(鄒縣)에서 나고 자라 시경(詩經)과 예기(禮記), 상서(尙書) 등에 매우 능통해 ‘추로 지방의 큰선비’라는 뜻인 추로대유(鄒魯大儒)라 불렸다.
이 땅의 부모는 모두 자식들이 잘되기를 노심초사하기에 자식 뒷바라지에 무엇인들 주고 싶지 않았겠는가마는 큰선비로 추앙받았던 위현은 화려한 고관대작(高官大爵)의 유풍(遺風)보다는 한 권의 책을 권하는 교육을 실천하였다.
남에게 조언할 때는 흔히 물고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라고 한다. 여기서 물고기는 당장의 이익이고 고기 잡는 방법은 자생력으로 평생의 지혜이다. 가득 찬 황금 바구니는 당장의 이익이고 한 권의 책은 고기 잡는 삶의 지혜이다. 책 중에서도 성인이 쓴 책을 경서라고 하는데 성인의 삶은 적어도 동양학에서는 치우침 없는 중용(中庸)과 끊임없는 사랑의 실천으로 귀결되기에 경서의 내용 또한 이를 기저로 한다.
책을 가까이한다는 것은 책 읽는 자체가 아니라 삶의 지혜를 얻는 것이다. 일상의 삶에서 지혜는 자기와 가깝다고 편애하거나 치우치지 않고, 설혹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을지라도 가져서는 안 될 것에 욕심을 내지 않는 분별심을 기르고, 자신이 믿는 바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옛말에 “과거급제 합격증 보다 두어 이랑의 밭이 삶을 풍성하게 한다.”는 말이 있다는데 삶의 지혜가 가득한 성인의 삶을 진정 추종한다면 어찌 한 끼의 곤궁함이 닥치겠는가.
우리 모두 이제부터라도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이 적다고 의기소침하지 말고 자식에게 삶의 지혜가 담긴 책이 무슨 책인지 먼저 알아보고 자신 있게 자식들에게 권해 줄 책을 준비하자. 그러면 부모 된 자는 황금 바구니의 단점과 돌 바구니의 장점을 구분하는 안목이 생길 것이고, 자식들은 평생의 양식을 얻는 지혜에 좀 더 다가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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