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 열두 번째] 須防先事多疑 須慮後時徒悔
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8-05-11 16:03:34 | 조회수 | 50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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須防先事多疑
須慮後時徒悔
모름지기 일에 앞서 의심 많은 것을 막고,
훗날 한갓 후회할 것을 염려해야 한다
-『사소절(士小節)』-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이덕무(李德懋)는 일상생활에서 예절과 수신에 관한 교훈을 모아놓은 책 『사소절(士小節)』을 저술하였다. 그는 말이 어눌하여 말을 잘하지 못하였으나 오직 책보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아 책만 바라보는 바보라는 뜻의 ‘간서치(看書癡)’가 호(號)로 전해지고 있다.
저자는 『사소절』 내용 가운데 “뜻을 감춘 억지웃음을 짓지 말고, 까닭 없이 격노하지도 말라. 모름지기 일에 앞서 의심 많은 것을 막고, 훗날 한갓 후회할 것을 염려하라(勿作有意强笑, 勿生無故激惱. 須防先事多疑, 須慮後時徒悔).”고 경계하였다.
이는 매사에 마음을 편하게 다스려 기복이 없게 하고, 너무 신중하여 일을 시작도 못하는 일은 없게 하고, 오직 최악의 상황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를 준비해야한다는 말이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주변정리부터 해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일을 위한 준비보다는 엉뚱한 일에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평소에 밀쳐두어 잊고 있던 오래 묵힌 것들을 하필 새로운 일에 집중해야할 시간에 끄집어내 정리하는 행위는 새로운 일에 대한 부담 또는 새로운 일에 대한 여러 가지 불확실성 등으로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심리작용의 하나이다.
작가들이 원고 마감시간 직전에 펜을 든다는 통설은 단순 게으름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더 잘해보겠다는 여러 의심이 결국은 일을 시작도 못하게 한 경우이다.
모든 일에 정성을 기울이고, 욕심을 버리고, 일에 소신 갖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책임의식을 갖는 자세를 일상에서 누구에게나 요구하였다. 하물며 공직을 맡거나 사회의 리더들은 다시 무슨 말을 보태겠는가.
일에 앞선 의심을 떨쳐내고 많은 생각 속에 뜻을 세운 일은 흔들림 없이 지속시켜 나가, 먼 훗날 지금 도전했던 일이 삶의 밑거름이 될 수 있게 하는 노력을 한다면 좀 더 풍부한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벌써 봄볕이 따가워지고 철쭉이 만개하였다. 새해 새봄 계획이 아직도 시작되지 않았거나 새로운 계획을 수립한 자들은, 닥치지 않은 일을 걱정하기 보다는 즉시 실행시킨 선인의 습관을 따라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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