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문향 여덟 번째]才不勝 不可居其位 職不稱 不可食其祿
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7-09-22 09:33:56 | 조회수 | 60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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才不勝 不可居其位 職不稱 不可食其祿
재주가 일을 감당하기 어려우면 그 지위에 있어서는 안 되고,
직책에 걸맞는 역량이 없으면 그 녹봉을 먹어서는 안 된다.
-『거업록(居業錄)』-
어떤 일을 맡기기 위하여 자리를 만들어 놓은 것이 지위이고 그 지위에 맞는 일을 책임지고 행하게 하려고 직책을 부여한다. 따라서 지위는 객관적으로 만들어지고 직책은 주관적 역량이 요구되기에, 지위에 걸맞은 직책을 수행하는 것은 일하는 자라면 언제나 떠나지 않는 고민이다.
대통령의 지위에 있으면서 국가의 방위, 국민의 안전, 복지실현, 통일국가의 비전 등의 직책을 수행하지 못하고 측근을 감싸며 사리사욕(私利私慾)만을 일삼은 자는 급기야 국정농단의 범죄자로 처벌받기도 하듯이 군자(君子)가 지위를 얻으면, 소인(小人)이 물러가고 나라가 흥하며, 소인이 세력을 얻으면, 군자가 물러가고 나라가 망한다는 옛말이 역시 그르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재주에 맞는 지위를 얻길 바라야 하고, 주어진 직책에는 책임을 지는 자세를 늘 견지해야 한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말은 사람다운 대접을 받으면서 살고 싶다는 내면의 보상심리가 먼저 전제된다. 그러나 한 인격체로서 이런저런 눈치 안 보고 하여 급기야 자신에게도 떳떳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사람 노릇 하기 위하여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남헌선생(南軒先生)으로 알려진 장식(張栻, 1133—1180)은 일찍이, “학문은 의리(義利)의 분별보다 더 먼저 연구할 것이 없다.”라고 하였다. 이는 인간은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하여 사람의 마음에 내재된 욕망[이(利)]과 본래 타고난 선한 인간의 본심[의(義)]을 분별하기 위한 배움이 학문의 궁극적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맹자는 이미 인간의 네 가지 마음씨인 사단(四端)을 회복해야 온전한 인격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사단 가운데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은 선행과 악행·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간사함과 정직함을 분별하는 것부터 시작되는데, 이를 가르는 의리(義利)의 분별심은 곧 각자의 지위에 걸맞고 직책에 책임지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고, 자신과 사회를 밝히는 초석으로 적폐의 실마리를 없애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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