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문향 두번째] 泰山不讓土壤 河海不擇細流
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6-04-02 14:52:27 | 조회수 | 8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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泰山不讓土壤 河海不擇細流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고
하해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는다.
-『사기(史記)』-
인간의 직관력과 종합적 사고력을 닮고 싶어 하는 ‘알파고(AlphaGo)’의 출현이 세기의 화제로 회자되고 있다. 알파고는 인공지능연구의 개발영역 가능성을 가늠하고자 거의 무한의 경우의 수를 갖고 있는 바둑을 두는 컴퓨터 집합체로 현대 첨단과학기술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기계의 능력을 닮아가려하고 있고, 기계는 인간의 영역을 넘보며 더 인간화 되려고 하고 있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선들을 왜 서로 닮아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 합리적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다만, 인간이 좀 더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의욕이 지나쳐 욕심에 사로잡혀있을 때라고 가정하면 조금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어쩌면 첨단의 시대는 인간성 상실과 탐욕의 크기와 비례하여 오는지도 모른다.
대자연의 어김없는 순환과 위용 앞에서 인간은 경외감을 느끼며 자신을 내려놓고 집착이 없는 본연의 심성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태산이 어디 본래부터 태산이었겠으며, 혹 거대했던 것들도 어느 순간에 없어져 영원했던 것 또한 없다.
우리는 보이는 태산과 알파고에 넋을 놓을 것이 아니라 태산과 알파고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티끌모아 태산이 되었듯이 오랫동안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아서 태산을 이루었고 하해는 모든 물을 받아들였기에 그 깊음을 이룬다.
태산과 하해를 경외하는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긴 시간동안 무엇이든 포용하는 넉넉함 속에서 욕심을 버리고 본성을 돌아보게끔 하는 마력이 생기게 하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알파고는 지금껏 축적된 지식과 수천대의 컴퓨터 조합으로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하여 태어났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무한한 포용력과 빼어난 스피드는 가질 수 있으나 인간만이 갖고 있는 본성을 돌아보는 자기 정화의 힘을 갖게 하기는 어렵다.
첨단의 시대 부를 위하여 복잡한 셈을 정밀하고 빠르게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슈퍼맨을 바랄 것이 아니라 큰 어른을 갈망해야 한다. 험난한 세상을 고독하게 걸어가는 자신을 태산과 하해같이 무엇이든 포용하는 누군가 있다면 힘이 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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